언젠간 마주하게 될 정원
이승현
2026
인간이 모종의 이유로 사라진다면, 우리의 흔적처럼 남겨진 기계들은 ‘자연’을 어떻게 바라볼까. 인간이 떠난 자리에서 비인간이 가꾸는 풍경은 인공적이고 철저히 체계적이어서 기이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실 우리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흔히 자연을 푸르른 숲, 올바르게 순환하는 계절, 혹은 인간의 파괴와 오염으로부터 해방된 풍경으로 상상한다. 그러나 지금의 지구는 이미 인간의 손길로 빚어진 거대한 정원에 가깝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연이란 무엇일까. 통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야생일까, 아니면 의도된 질서 속에 피어나는 유토피아일까.

이 작품은 비인간들이 문명의 잔재로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기묘한 사계절을 통해 그 질문을 제기한다. 낯설지만 풍요로운 그 풍경은 우리가 추구해온 자연의 개념을 되묻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결국 자연은 차가운 미래 속에서도 어떻게든 다시 자라난다는 것을, 관객은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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